162 [유머와 자료사이] 조금만더병 극복기 *
162 [유머와 자료사이] 조금만더병 극복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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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때 보면 시각장애라는 녀석보다도 나를 더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병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게임 ? 필살기나 궁극기를 쓰기 위해 파워 게이지를 모을때나, 직장상사의 일방적이고 대척없는 진상짓을 모았다가 표출하려 할때, 시비가 붙은 상대와 말싸움을 벌이며 내가 먼저 선주먹을 날리지는 않겠다는 각오로 입펀치만을 날리며 신경전을 할때, 시장에 가서 무언가를 살 때 먹고살기가 바쁘다며 평소 잘 찾지도 않던 이모와 어머니를 찾으며 서비스를 더 달라고 할 때 등의 상황에서 주로 쓰는 말인 '조금만 더' 라는 표현과 관련된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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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싶지만 사실 우리 주위에 흔히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 조금만더가 심각해져 집중과 집착의 사이에서 밀당을 하고 있을때쯤 병이 되버리는데 그게 바로 내가 요즘 유독 심하게 앓고 있는 '조금만더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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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혈관을 타고 돌아댕기는 블러드 타입이 A 인 탓일까, 시각장애라는 현실적인 한계에서 오는 불확실성과 불완전함의 반작용으로 발생되는 완전함과 완벽함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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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병의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자, 조금만 더 확인해보자,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조금만 더 잘해보자, 더 더 더...' 와 같은 생각이 어느순간 연결고리를 만들어 매사에 내 발목을 잡고 진행 속도를 더디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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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더병이 점차 심해지니 자매품으로 걸린 합병증으로 '미뤄미뤄병' 까지 생겨 버렸다. 더 잘하고 싶고 더 뭔가 개선하고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보니 일을 진행하고 완성하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도 지치고 어느순간 방향성 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면 '조금만더병' 과 '미뤄미뤄병' 의 심화단계인 '아몰랑병' 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냥 내스스로가 만든 수많은 단계와 확인사항, 가이드, 욕심어린 보완사항 등이 쌓이다보니 해보다 안되고 지치면 그냥 아예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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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때보면 시각장애보다도 이 '조금만더병' 이라는 무서운 녀석은 나를 정말 무능력하게 만들기도 해서 1년 365일 매시간 매초마다 얼마 남지 않은 내마음속 면역기제를 발동시키며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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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더병과 미뤄미뤄병, 아몰랑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내스스로가 나를 좀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최고의 치료제는 '쿨함' 이라는걸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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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치료및 재활을 위해 나는 매일 아주아주 작은 목표를 세운다. 심리치료에서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한 실천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정말정말 실행 가능한 아주아주 작은 목표를 하루에 단 하나라소 세워서 그걸 꼭 그 하루안에 해결하는 일' 이다. 미미하다 못해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조금만더병' 에 걸린 나에게 가장 필요한건 내스스로가 무엇이든 충분히 해낼 수 있다라는 마음의 확신과 여러번의 성공 경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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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서 나의 조금만더병을 치료하고 극복하기 위해 오늘도 소박한 재활활동을 시작한다. 최근의 것들을 예를 들면 '오늘 안에 아침 부터 저녁때까지 내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 한가지를 나에게 선물해주기' , '내가 사랑하는 커뮤니티인 클리앙에 슨 내 글에 댓글이 몇개든 일일이 답글 달기', '맨날 미루던 책상정리를 오늘당장 말끔히 해보기', '머쓱하다 생각말고 소중한 사람들,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들에게 진심담긴 말 한마디 꼭 전하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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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의 투병생활은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싸울것이다. 그리고 이 글도 그래서 적고 있다. 모든걸 내려놓고 별다른 꾸밈이나 완벽을 추구하고 잘하려고 할 것도 없이 소박하지만 분명하게 성공하는 경험을 또 하나 쌓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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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에서 아무거리낌없이 곧바로 온몸을 내던지는 날것의 광어회같이 있는 그대로, 애쓰거나 욕심내지 않고 미숙하면 미숙한대로 실수하면 실수하는한이 있더라도, 미루고 미뤄서 결국 포기하고 아무것도 한게 없게 되버리는 ;미뤄미뤄병' 까지는 가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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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세상 어딘가에서 나처럼 '조금만더병' 또는 '미뤄미뤄병'과 '아몰랑병' 과 투병생활 중인 분이 있다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적는다. 그리고 지금도 싸우고 있을 나에게 한마디 꼭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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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나라서 나대로도 괜찮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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